꿀벌은 '바람따라 춤추는' 사람으로, 공동체 <넥스트젠>의 일원 중 한 명이다. 옷을 직접 리폼하고 마크라메를 땋아 반지, 손목시계 줄 등등의 악세사리를 만든다. 지구 땅은 혼자서 살 수 없다. 사람은 물론이고 동물부터 생(生)이 깃든 만물과 연결되어야 함을, 지구로 이어질 수 있음을 믿고 실천하는 친구다. 누군가는 히피냐고 묻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그걸 들은 본인은 그것도 맞다고 고갤 끄덕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히피라는 단어만으로는 모두 설명되지 않는다.

  내가 제주에 오게 된 경위도 마찬가지다. 왜 제주냐고들 묻는다. 나는 그저 원가족과 다른 지역에 살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혼자 오지 않았다. 누우면 배 위에 올라와 쓰다듬어달라고 입을 오므리고 기다리는 고양이와 비행기를 탔다. 이름은 찰랑이다. 나 또한 혼자였다면 단호하지 못했을 것이다. 제주로 오기 전 고민할 시간은 없었다. 원가족과 멀어지고 싶다는 일념 하나였다. 누군가는 물었다. 혼자 내려오는 거 무섭지 않았어요? 연고도 없이... 고립될 수 있잖아요.

  하지만 당시 가장 큰 두려움은 원가족과 같은 집에 살며 다시 폭력을 겪는 일이었다. 자신을 포기하게 될까 노심초사했다. 밥을 먹고 아침에 일어나고 일을 하고 돌아와 잠을 자는 일상에 신체적 정신적 폭력이 뒤섞인 수년 동안, 정말이지 혼란스러웠다. 죽을 용기도 없이 살 이유도 없었다. 남이 힘줘서 태어나고 떠밀려서 살아가는 것 같았다. 그러던 중 <넥스트젠>의 일원 중 한 명의 지인이 소식을 듣고 장소를 알려주었다. 

  꿀벌과 나는 2022년 3월의 봄추위 속에서 만났다. 나는 제주에 처음이었고, 꿀벌은 간만이었다. 서로 낯설었다. 한달 간 같은 숙박 공간에 지내면서 친해진 우리는 헤어진 후에도 간간히 연락하며 지냈다. 찰랑이가 꿀벌의 배 위에 올라가 편안하게 고로롱 거리던 장면이 지금도 문득 떠오른다. 새로이 만나는 이들과 낯설어 하면서도 생활공동체로 지내면서 안전할 수 있다는 신뢰의 경험이 쌓여갔다.

  어떻게 낯선 사람도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을까? <넥스트젠>이 추구하는 '지속 가능한 사회와 삶을 위한 한국청년생태마을 네트워크'를 살펴보면, 이 공동체는 '2013년 겨울 작은 모임으로 시작하여, 대안적 삶의 방식을 찾아'가고 있다. 실험적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자연과 다시 연결되고, 공동체 정신을 회복하고'자 하는 이 연결감이 나 또한 고립되지 않았다는 확신을 주고 있었다. 

  예를 들어보자. 강강수월래라도 하나? 밤이고 낮이고 너른 들판에서 둥글게 손을 잡았다. 다들 신발을 벗어서 발이 가볍다. 음악이 들리고 함께 서클 댄스를 춘다. 장구의 한쪽을 뚝 뗀 것 같은 서아프리카의 북을 누군가가 친다. 그 북의 이름은 젬베다. 물방울이 물이 되듯 땅 동도동 땅도 동동 하는 울림으로 식물동물인간 예외 없이 생 깃든 것이 흐름으로 이어진다. 춤을 다 추면 들판에 천을 깔고 앉거나 눕는다. 한 켠에는 비건 음식과 음료가 있고, 생태위기와 기후위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젠더와 나이, 신체와 정신의 장애 등은 이 들판에선 단절선이 될 수 없다. <넥스트젠>에선 순환의 고리를 잇기 위한 연결선이다. <넥스트젠>은 한 명의 대표와 다수의 부하직원과 같은 구조가 아닌 모두가 '지구용사들'이다. 동등하며 존엄하다. 존재로써 서로를 존중함에 마땅하다. 이 가치관 속에서 살아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