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유: 모집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예전에 저를 지치게 했던 “성취! 생존! 경쟁!” 모드로 돌아가서 스트레스를 엄청 받고 있었어요. 읽는 사람들이 만족할 만한 얘기를 뭘 써야 되나 막막 했어요. 중요한 건 내가 가장 잘 쓸 수 있고 내가 지금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건데 자꾸 너무 사랑받고 싶고 사람들을 너무 만족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저를 잡아 먹더라고요.

근사한 주제로 모두를 사로잡는 글을 쓰고 싶다는 부담을 버리고, 일단 내 주변부터 이야기해보자고 마음을 가다듬고 있어요. '사랑받아야 돼.' 마인드에서 벗어나서 글 쓰며 놀아 보자는 마음에 적응해보자는 상태입니다.

 

레이: 저도 서울살이를 하는 한사람의 상경러로서 생활을 쓰려고 합니다. 마침 연말인데 이 즈음엔 마음이 좀 싱숭생숭하잖아요. '올해 뭐 했지?', '내년에는 어떤 목표 세우지?'... 이런 생각들을 많이들 하게 되잖아요. 저는 사실 평소에 연말 이벤트를 갖는 일도 잘 없고, 새해 목표를 거창하게 세우는 타입도 아니라서 연말 연초를 심심하게 보내는 편이에요. 그런데 이번에 이 메일링 서비스를 통해 내년을 기다리는 마음과 그리고 겨울을 버티는 제 나름의 방법에 대해 쓰면서 구독자분들과 안녕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떤 주제에 대해 쓰고 싶은지?

베니: 앞으로 제가 연재할 6개의 글을 통해 '이 집을 어떻게 만났는지', '여기에서 활동가로써 어떤 경험을 했는지' '엄마 3일제를 지냈던 일들' ...또 '여기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섹스 얘기'...'글방 유목민으로써 생각들'...

내가 여기에서 만난 사람들, 내가 여기에서 어떻게 연결되었고 그 경험을 재해석하려는 시도를 할 것 같아요. 그럼 두유 님은 어떠세요?

두유: 저는 튀르키예에서 사는 삶에 대해 쓰려고요. 여태까지 여기 생활을 이야기하는게 조금 부담스러웠어요. 쓰다 보면 한국에서 살았던 과거는 독한 마라맛에 괴롭고 고통스러웠던 반면, 튀르키예에서의 생활은 무해하고 행복하다는 메시지로 읽힐 거 같았거든요. 어디까지 솔직해도 되나, 과하다고 하려나 걱정하며 현재를 진솔하게 쓰는 걸 주저했어요.

튀르키예에서 어떻게 사는지, 내가 뭘 보고 있고 뭘 경험하고 있는지 써보려고 해요. 경계에 있는 사람 어떤데? 하는 마음으로. 제가 외국에 사는 한국인을, 더 좁혀서 튀르키예에 사는 한국인도 대표할 순 없어요. 그저 아주 힘들지도, 그렇다고 아무 걱정 없이 행복하지도 않은 일상을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레이: 겨울나기에 대한 주제로 일과 식생활, 마음챙김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어요. 아마 음식을 먹고 만드는 이야기를 비중있게 할 것 같아요. 전 겨울에 더 많이 먹고 싶어지거든요. 특히 디저트가. 그래서 12월엔 크리스마스 케익 만드는 얘기를 쓸 거고요. 겨울에 어울리는 영화를 제 멋대로 골라서 몇 개의 추천글을 갈길 생각입니다.

한편 또다른 의미에서 겨울의 입구에 있는 방송가에서 제가 일하면서 겪었던 이야기에 대해 소소하게 써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요. 짧은 경험이긴 하지만 한 사람의 아주 조그만 노동자의 시선이 담긴 어떤 친구의 썰플 같은 얘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제가 운동에 쓰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운동 인증과 중독에 대한 얘기를 같이 껴서 해보고 싶어요! 운동이 스몰토크거리로 너무 좋은 주제다 보니까 사람들이 만나면 제가 운동을 되게 열심히 하는 줄 아세요. 근데 사실… 그렇지 않거든요. 운동을 할수록 스스로에게 ‘왜 운동을 안하면 죄책감을 느끼고 평소에 운동 전시를 할까?’라는 질문을 자주 하게 됐어요. 여기에 필라테스 센터에서 일하면서 피지컬을 선망하는 문화에 대해서 느꼈던 부분과 옛날에 실패했던 오운완의 치부에 대해 재도전해서 쓰고 싶은 그런 바램이 있습니다. 물론 원고는 아직 쓰지 않았고요. 열심히 써야 됩니다. 너무 길게 말했군요…

베니: 진짜로 우리가 이제 뭘 써야 될지를 얘기를 하고 나니까 실감나요 너무 실감나요. 한편으론 내가 내 돌봄을 하지 않다가 조금 걱정이긴 하거든요. 하지만 저는 두 분이 너무 지금 얘기 들어보니까 재밌는 얘기 써주실 것 같아가지고 힘 빼는 연습을 해볼게요.

 

🍕연재를 앞두고 각오!

베니: 독자분들! 정말 진심인데, 통속적인 말을 하게 돼요.
기다려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받아 읽어주셔서 또 감사하고 나중에 또 글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또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욕심까지 품게 돼요.

네, 저는 요 정도.. 다른 분들은 어떠세요?

 

레이: 사실 저희가 구독료를 설정할 때도 고민이 많았잖아요. 만 원이 어떻게 보면 구독료로 아주 비싼 돈은 아닐 수 있지만 또 책으로 치환했을 때 큰 가치가 있는 돈인데... 그런데 신청자분들께서 선뜻 응원해주시는 마음으로, 혹은 소개문에서 흥미를 느끼시고 구독을 해 주셨다는 게 놀라웠어요. 샘플 글 하나도 없이 메일 받아보겠다고 해주셨다는 게 너무 감사한 일이죠. 물론 우리의 글을 보고 생각보다 독자분들이 그렇게 좋지 않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우리의 글을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최초의 독자가 생기는 거고, 그분들은 세사람의 공통 독자가 되어주시는 거고, 만약에 운이 좋으면 누군가가 피드백을 해줄 거고... 저희도 글 쓰는 공동체 바깥의 독자가 준 피드백을 또 자양분 삼아서 또 다른 글을 쓰는 데 참고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운이 좋으면 다음 연재에서 조금 더 발전된 모습으로 다시 독자분들께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희망적인 생각만 해봅니다.

투자해주신 그 마음에 부끄럽지 않도록 쓰겠습니다. 언젠가는 '내가 저 사람이 아무것도(?) 아닐 때 구독했어!' 같은 뿌듯함을 드릴 수 있게... 잘 자라겠습니다. 장학금 받은 청년의 마음으로...

 

두유: 저도 구독을 해 주신 게 너무 감사해서 그만큼 진심을 담은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레이 님이 하신 말씀처럼 장학금 받는 느낌으로 앞으로도 열심히 써야겠다는 생각이 더 들더라고요. 나를 아는 사람뿐만 아니라 모르는 사람도 우리를 구독해 줬으니까, 저희 계속해서 좀 더 나은 글 쓰고 잘 자라볼게요! 라고 다짐했어요. 일회성으로 쓰다 마는 사람이 아닌 꾸준히 지켜볼 수 있는 성실한 작가가 되겠어요!

 

베니: 좋습니다. 그러면은 한번 써봅시다.

레이: 파이팅

베니: 파이팅. 우리 이제 진짜 수다 떨러 가자.

 

다음주 월요일에 선보일 첫번째 레터는 베니수의 글입니다.
오는 수요일에는 레이가, 금요일에는 두유가 따끈한 글을 가져올 예정이니 편안하게 기다려주세요. 많관부!🎁